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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이지원, 얼음의 요정 : 2010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4-10 11:07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얼음표면 위에 고꾸라져 있다. 눈을 뜨니 버스기사가 시큰둥한 얼굴로 나를 내려 보고 있다. D는 한 손에 요정인형을 들었다. D를 등지고 냉동고 문을 열어 얼음 한 조각을 꺼내어 문다. 엄마는 사거리 부동산 아저씨와 재혼한 후 이 집을 남기고 갔다. 엄마가 기묘한 생김새의 요정인형을 보내온 날 D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6년 전에 헤어졌고, 그 후 3년을 흐지부지 만났고 또 그 이후 몇 년 간 차츰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밤새 잠을 설쳤다. 요정인형이 뛰어다니며 온 집안을 어지럽히는 꿈 탓이었다. D가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D6년 전 같은 병원의 동료의사와 결혼했다.

엄마는 아프다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다녀오려고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는 밤의 여행에 대해 말했다. 요정에게 선택받은 사람은 병이 낫는다고 했다.

나는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티켓이 없었다. 여행사 담당자는 티켓 재발급은 가능하지만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열 살 무렵의 겨울 밤, 아버지는 나에게 기사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극해의 얼음 속에서 발견된 냉동인간을 어느 과학자가 소생시켰고, 비밀리에 생활 중이던 그 냉동인간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눈을 감은 나는 내 것이 아닌 것들, 잠시 곁에 머물렀다 가버린 어떤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명치끝이 저려오고 가슴이 타는 듯 메스꺼워졌다. 멀리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올린다. 나는 잠에서 덜깬 멍한 목소리로 누구냐고 물었다.

 

라는 내용이다.

 

얼음의 요정과 냉동인간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엄마가 이야기한 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요정에게 선택받은 사람은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 엄마의 병도 밤의 여행에 다녀오면 나을 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가느다란 희망이 느껴졌다.

극해의 얼음 속에서 발견된 냉동인간이 소생되어 비밀리에 생활하던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기사의 내용도 재밌었다.

내 것이 아닌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온전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얼음의 요정도 냉동인간도 온전한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는 존재이고, D도 나에게 있어서 내 것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들은 내 것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허무한 공기 뿐이라는 걸, 그 공기마저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때에는 어쩌면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을 때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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