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사업에 실패하고 아버지는 루팽이 되었다. 엄마 가게에도 빚쟁이들이 찾아왔다. 여미가 불명확한 사인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미는 중국 여행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여미가 좋았다. 엄마는 하루씩 교대로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자고 했다. 참 무모한 계획이었다. 나는 외출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루팽을 좇는 갈리마르의 막막함을 느끼며 나는 이내 모든 것에 시들해졌다. 거리 곳곳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뒷모습을 만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끝까지 쫓아갔다. 주용은 이메일로 여미네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엄마는 나에게 운전면허증을 따라고 했다. 아버지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는 산에서 지낸다고 했다. 아버지를 찾아 거리를 걷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아버지를 발견했다. 노숙자를 위한 재활 센터 건물에서, 가슴에는 재활 센터의 마크가 새겨져 있는 파란 조끼를 입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여미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곳은 여미의 집이 아니라고 했다. 집을 잘못 찾아왔다고. 내가 형사 갈리마르가 되지 못했듯, 아버지도 괴도 루팽이 될 수는 없었다. 아버지를 기다렸다가 만났다. 야외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경극을 봤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도 아버지는 맞은편에서 줄곧 나를 지켜보고 서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묘사들이 세밀하게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루팽이 되어 산에서 살고 있다는 아버지를 찾다가 결국 아버지를 노숙자 재활 센터에서 만나게 되는 기막힌 사연이 담긴 소설이었다. 노숙자 재활 센터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공간이지만, 아주 미약한 희망이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병든 몸을 치료하거나 실패의 결과로 얻어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세상에서 받은 아픔들을 극복하며, 작은 재기를 꿈꾼다. 그 작은 재기는,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하루 세 끼의 평범한 식사,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생활비나 용돈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돈. 이를 테면 그런 것들을 꿈꾸며 사람들은 자신의 병든 몸을 치유한다. 서울역에 노숙자 재활 센터가 있다. 어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시에서 운영을 했던 것 같다. 땅값 비싼 서울역에 노숙자 재활 센터가 있으니 철거하라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그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도 다시금 재기를 꿈꾸며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우리 사회는 양분되어 있다. 점점 약자를 위한 공간은 사라져갈 것이고, 복지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