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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박화영, 공터 : 2009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4-29 15:04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공터는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인근 주택 대여섯 채가 헐리고 생긴 공터였다. 공터는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사람들은 단지 뭔가를 버리기 위해서만 공터를 찾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를 태우거나, 파묻거나, 뿌리기 위해서도 공터를 찾았다.

공터가 생긴 그해는 여러모로 우울한 한 해였다. 거리 곳곳에 파격세일을 알리는 전단이 나붙었고 대낮에도 동네를 방황하는 남자들이 늘어갔다. 밤맘 되면 고양이들은 시끄럽게 싸웠다. 여자가 하이힐을 던져 고양이 한 마리를 죽인 이후 고양이들은 잠잠해졌다.

고양이가 죽은 다음 날, 도시에는 큰 비가 내렸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몸매에 검은 안경테를 쓰고 얼굴에 여드름까지 난 그는 공터에 남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엇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해 발생한 집안의 경제문제를 맏이로서 해결해야 했지만 외면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그는 그해 여름 바로 이 고원지대로 전입했다.

고고학과 학생의 기록에 따르면 마네킹은 C구역에서 발견됐다. 처음 마네킹을 발견한 것은 하이힐을 고양이에게 던진 예의 그 여자였다. 그날따라 여자는 땅 위에 불쑥 솟아 있는 뭔가를 봤다. 다가서던 여자는 그것이 사람의 팔임을 알아보았다. 사실 여자가 본 것은 마네킹의 팔이었다. 얼마 안가 마네킹의 전신이 발굴되었다.

공터에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모든 동네 주민들을 위한 해결책들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며칠 뒤 공터 입구에 이른바 양심 거울이란 것이 설치되었다. 경찰이 공터 주변에 접근금지라고 쓰여 있는 노란 테이프를 둘러치던 날, 동네가 들어선 이래 처음으로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경찰 취조에서 여자는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무려 다섯 시간에 걸친 철저한 조사 끝에 경찰은 공터에서 다수의 음식물쓰레기와 반쯤 부패한 고양이 시체 하나, 부서진 전자레인지와 텔레비전, 자전거 바퀴 등등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토록 애타게 찾던 시체는 찾지 못했다. 공터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쓰레기가 버려졌다.

고원지대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동네 주민들 몇이 한아름마트 주인 내외가 야반도주한 흔적을 확인하고는 난리를 피웠다. 파출소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다. 동네에서 고양이가 모두 자취를 감춘 이튿날 인근 원룸 옥상에서 한 여자가 뛰어내렸다. 유서에는 드디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여전히 고양이 눈이 보인다, 라고 쓰여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공터는 평평하게 다듬어지고 그 위로 두꺼운 시멘트가 발렸다.

 

라는 내용이다.

 

공터라는 소재로 쓰여진 한 편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공터에는 물건들이 버려지기도 하고, 파묻혀지기도 하고, 마네킹 팔이나 다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시끄럽게 울던 고양이가 죽어서 사라지기도 한다.

모든 고양이가 다 사라졌을 때, 하이힐을 던져 고양이를 죽였던 여자 역시 원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고양이의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고양이의 눈이 보인다는 유서를 남기고.

그리고 나서 공터에는 두꺼운 시멘트가 발림으로써 공터는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에게 마음속의 공터는, 시멘트가 발려서 없어진 공터 위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멘트가 발린 그 자리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거나 다른 것들이 자리를 메꿔나가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 또한 시간이 흐르면 마음 속의 공터에 대한 기억으로 아련하게 남아 있겠지.

어두운 소설이지만,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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