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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강윤화, 목숨전문점 : 2009 제16회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작2025-05-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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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카루가 죽었다,고 경찰이 말했다. 카루는 죽었지만 그건 내 정답이 아니었다.

카루는 목숨전문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카루를 따라 목숨전문점에 갔다. “당신은 살고 싶습니까?”라고 입구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점원이 물었고, 카루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카루를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목숨주스를 제외하고 모든 음료는 무료였으나, 목숨과 음료를 교환하는 시스템으로, 목숨 백 그램으로 음료 가격을 계산했다. 나는 살고 싶은 이유보다 살기 싫은 이유가 더 많았다. 솔직하게, 살고 싶진 않았다.

카루는 민폐적극실천위원회 회원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을 곰팡이라고 부르지만, 세상에는 자기들 같은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하며.

작년, 일본어학교를 나와 대학에 붙었으나 일본까지 가서도 하위권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며 부모님은 금전적인 모든 지원을 끊었다. 그 봄에 나는 카루와 만났다.

카루와 함께 한 빌딩의 옥상에 올라갔다. 카루는 수도꼭지의 끝 부분에 호스를 연결해서 옥상 가장자리에서 바깥으로 물을 뿌려댔다. 곰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물방울이 아직 닿지 않은 곳에까지 곰팡이는 피어나고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인가 카루는 나를 목숨전문점에 데려가주었다. 나는 늘 내 목숨을 팔아 차와 술을 마셨고, 카루는 목숨주스만을 줄창 마셔댔다. 카루는 살 수 있는 만큼은 살아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하며. 그리고 나더러 마시기 위해 살아달라고 했다. 그것만이라도 잘하면 된다고 하며.

경찰이 문을 두드렸고, 옆집 사는 여자가 죽었다고 했다. 카루가 죽었다. 다섯 명이나 죽었다고 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잡혔다고 했다. 뉴스에서 몇 번이나 카루의 이름이, 아니 경찰이 알려준 중국계 일본인 옆집 여자의 이름이 지나갔다. 일본 묻지 마 살인, 노상 살인, 살기 싫어서 그랬다, 세상이 싫었다......라고 적힌 인터넷 속의 글씨들을 읽었다. 카루가 죽은 곳이 목숨전문점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목숨전문점을 찾았다. 나는 레몬티를 주문했다.

 

라는 내용이다.

 

목숨전문점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목숨 백 그램을 팔아서 음료 한 잔을 마시는 독특한 거래법, 그리고 유일하게 돈을 내고 마시는 목숨주스라는 상품이 인상적이었다.

카루는 살고 싶어했지만 결국 죽었고, 나는 살고 싶지 않았지만 카루의 몫까지 살아내야 한다. 나는 목숨전문점에 가서 레몬티를 주문하는 것으로 카루를 애도했다.

곰팡이라는 비유와 민폐적극실천위원회라는 단체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살기 싫어도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한다. 때론 곰팡이 같은 대접을 받기도 하고, 때론 목숨 백 그램을 팔아 레몬티를 마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쩌면 가끔은 돈을 내고 목숨주스가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태어나기 싫었지만 태어났으니 살 수 있는 만큼 살아내고 싶다는 카루의 말처럼,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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