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보면,
남자는 건조기에서 막 꺼낸 솔벤트 냄새가 풍기는 세탁물들을 행거에 걸어 출입구 쪽에 세워두고, 올리브유를 엎질렀다던 여자손님의 깨끗하게 세탁된 푸른 실크 불라우스를 다린다. 아내는 원동기 면허를 따서 남자를 도와 수거와 배달을 했다. 남자는 세탁을 마친 의류에 얇은 폴리플로필렌 비늘을 덧씌워 포장하는 일을 가장 좋아했다. 낯선 여자가 옷을 찾으러 왔고 그 옷은 없었다. 며칠 후 여자는 인수보관증을 가지고 세탁소를 다시 방문했다. 하지만 옷은 없었다. 남자는 끝없이 여자의 옷을 찾았고, 아내를 의심했다. 한달이 지나 여자는 다시 세탁소를 방문했지만, 옷이 없었다. 고해성사하듯 낮마는 변상하겠다고 했지만, 여자는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옷이라고 하며 변상을 거부했다. 남자는 그날 이후 자주 머리가 아팠고, 자명종 소리를 듣고도 아침이 일어나지 못했고, 밥을 먹다가 국그릇을 엎거나 숟가락을 놓치기도 했다. 남자는 정오가 다 되어서야 가게로 나가서 저물녘이 되면 옷들이 걸려 있는 천장과 헹거를 헤집으며 옷을 찾았다. 아내는 제발 정신차리라고 했고, 남자는 아내와 심하게 다투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다. 남자는 어느 날 사라졌고, 아내는 실종 신고를 하고 혼자 일을 했다. 코드 두 벌을 들고 오피스텔 건물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여자를 마주치게 된 아내는, 다른 곳에서 그 옷을 찾았다는 여자의 말을 듣게 된다. 라는 내용이다. 세탁소 안에서 잃어버린 어자 손님의 옷을 찾다가 사라진 남자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 남자가 끝없이 여자 손님의 옷을 찾는 것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과 남자가 아내를 의심하는 심리 등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옷 한 벌 때문에 남자의 존재가 휘발되었으나, 아무렇지 않게 옷을 찾았다고 답하는 여자 손님의 말에서 약간의 허무함을 느꼈다. 꼭 찾아야 하는 한 벌의 옷과 차용증이 없는 홍에게 빌린 돈이라는 두 가지의 소설적 장치가 잘 엮어져서 결국 남자를 사라지게 만들었는데, 홍에게 빌린 돈은 차용증이 없어서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었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한 벌의 옷은 여자가 다른 곳에서 찾았기 때문에 협의해서 변상하거나 옷을 찾아야 할 의무가 사라졌다. 모든 일상은 남자가 없는 상태에서 아내 혼자 세탁소를 운영하며 계속될 것이다. 사라진 남자의 존재에 대해, 사라진 남자를 통해 우리에게 주고자 한 작가의 메시지에 대해, 남자의 모든 꿈이었던 아름다운 세탁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우리에게 일상이라는 것도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다. 사라지고 싶지만 사라질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