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여자는 뱀을 키운다. 뱀의 이름은 밴디드 캘리포니아 킹 스네이크이다. 여자는 핀셋으로 핑키를 집어 올려 어항 속에 넣는다. 어항을 두어 번 두드리자 녀석이 머리를 내밀고 핑키를 한 번에 집어삼킨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여자는 과자를 먹는다. 뉴스에서 과자에서 벌레 같은 것이 나왔다고 했던 거미 알의 목소리가 다가왔다가 멀어진다. 여자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여자는 보름 전에 헌책방으로 가던 길에 파충류와 전갈을 팔고 있던 노인을 만났다. 그리고 여자는 망설임없이 뱀을 데려왔다. 거미 알은 밤마다 전화를 걸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며. 남자는 반지를 찾고 있다. 그 반지에는 R이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란에게’라는 빛바랜 글씨도 보였다. 하지만 여자는 반지를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남자의 눈빛이 쓸쓸해 보인다. 헌책방은 아버지로부터 인수받은 것이었다. 여자는 스물다섯이 되도록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아 본 일이 없었다. 남자는 반지를 찾게 되면 연락을 달라고 하며 종이를 건네주고 돌아서서 걸었다. 여자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헌책방에 뱀에 관한 책은 없었다. 여자는 반지를 뱀의 꼬리에 끼운다. 뱀은 탈비를 앞두고 순하게 변했다. 남자는 뱀을 보더니 멋진 놈이라고 했다. 여자는 책을 만지고 있는 남자를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손가락을 빤다. 여자는 자신의 가슴 속살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미 알은 새벽마다 전화를 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며 뭔가를 좀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어ᄄᅠᆫ 것이 좋을지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벨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울렸다.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의 코드 선을 뽑아 버렸다. 순간 여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다. 어항을 뒤집어 뱀을 찾지만 그 속에는 수백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허물만 있고 뱀은 없다. 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헌책방에 가야 할 시간임에도 여자는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허물을 두 손에 꼭 쥐고 변기 위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또다시 거미 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여자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세심한 손놀림으로 매만져 본다. 고개를 숙이자 거기에 뱀 한 마리가 나른한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여자는 뱀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뱀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이 닿을 수 없는 깊숙한 곳으로 멀리 달아나 버린다. 라는 내용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헌책방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여자는 늘 혼자이다. 새벽마다 전화하는 거미 알이 있지만 이마저도 귀찮기만 하다. 스물 다섯 살이 되도록 남자와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여자는, 어느 날 헌책방에 가다가 만나게 된 노인에게 뱀을 구입하게 되고, 뱀을 키우면서 자신의 삶의 빈 자리를 채운다. 그러나 탈피를 한 뱀은 어느 날 사라져 버리고, 뱀이 없는 시간들을 보내던 여자는 헌책방에 나가지도 않고 변기 위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몸 안에 뱀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되고, 뱀을 잡으려고 하지만 뱀은 여자의 몸 속 깊이 들어가 버린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뱀’이라는 상징에 대해 생각했다. 여자의 외로움과 여자의 결핍,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뱀’이라는 존재. 결국 ‘뱀’은 여자의 몸 속 깊이 들어가 버리고, 여자와 뱀은 하나가 되고 만다. ‘뱀’과 여자에 대해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