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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 2006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5-13 08:39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나는 분희의 친구들과 분희가 먹을 양꼬치를 꿰고 있었다. 내가 만든 특별한 양념에 재운 양꼬치였다. 분희는 가리봉 시장통에 있는 조그마한 지하 다방에서 일했다. 분희가 내 특별한 양념에 대한 비법을 물어봤을 때에도, 다른 건 다 말해줬지만 푸른색 향료만은 비밀이라며 말하지 않았다.

양고기는 서북쪽 신장 위구르족 음식인데 유목민들 덕분에 정반대편에 사는 우리한테까지 전파되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쇠꼬치에 네모난 양고기 조각들이 다섯 점씩 꿰어져서 쟁반에 수북이 쌓였다. 이제 국수와 만두를 만들 차례였다. 역시 나만이 그 비법을 알고 있는 파란 국수와 삼색 만두였다.

양꼬치의 노린내를 없애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을 길이 묘연해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삼켜버린 동네였지만 점점 가리봉동에 정이 들어갔다.

서울역 부근에 있는 노숙자 쉼터에서 지내던 때, 쉼터로 찾아온 사내 두 명이 일할 사람을 찾았다. 나는 그 사내들을 따라 안양의 빌딩 건설 현장으로 가서 6개월동안 일을 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임금을 받으려고 했을 때 불법체류자 검거령이 내려져 건설사 현장마다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쫙 깔렸다. 그래서 결국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가리봉동 쪽방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 고향과 같은 이름의 가게를 찾아와 무조건 일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분희였다. 네 사람이 더 온다고 했다. 나는 푸른색의 양념장에 재어둔 양꼬치를 꼬치에 꿰기 시작했다.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뜻밖에도 분희 여자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어깨가 떡 벌어진 웬 사내들 몇이 불쑥 들어왔다. 셋이서 날 에워쌌고 그 중 한 명이 내 몸에다 뭔가를 불쑥 꽂았다. 나는 배를 쥐고 쓰러지면서 사내의 걷어 부친 팔에서 날름거리는 뱀의 혀를 보았다.

내 몸 깊숙이 그 칼의 감촉이 느껴졌다. 분희의 울부짖는 소리 사이로 사내들이 내게 쏘아대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들의 빈정거림에 추이지엔의 노래가 오버랩 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몽롱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라는 내용이다.

 

단편소설이란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양꼬치를 많이 팔아서 내가 꿈꾸는 진짜 발해풍의 정원을 만들려는 꿈을 가지며 살아간다.

나는 양꼬치를 많이 팔기 위해 내가 직접 만든 특별한 양념을 개발하여 분희와 분희의 친구들에게 먹이려고 준비를 한다.

하지만 분희의 여자 친구들 대신 사내들이 분희와 함께 들이닥치고, 그 사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칼을 꽂아 나는 몽롱한 꿈속으로 빠져들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나의 꿈은 양꼬치를 많이 팔아 발해풍의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나는 영원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밝은 소설은 아니지만 이 소설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읽는 내내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불법체류자들이 갖는 아픔과 고민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이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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