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든 다음에 그대로 두면, 얇은 막이 형성되어 눈물같이 밑으로 흘러내린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눈물이 많이 흐른다. 여자는 일급 호텔의 와인 웨이터로 근무하는 남자의 원고를 보고 있었다. 오 층에 있는 사무실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쓸쓸해 보였다. 지금 사장의 전화를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여자는 자신이 포도주가 되어 유리병으로 흘러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포도주로 변한 자신을 잔에 반 정도 차게 부어서 음미하는 사장을 상상했다. 출판사는 여자의 첫 직장이었다. 여자는 스물세 살이었고, 사장은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여자를 채용했다. 그때 사장은 불혹의 나이에 막 접어들었다. 여자는 뛰어나게 유능하지도 않았고 달리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무난한 직장이었다. 여자가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계획대로라면 네팔에서 두 번쨰로 큰 도시, 포카라에 있을 것이다. 눈 덮인 히말라야에서 남자는 인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댈 것이다. 남자는 처음부터 여자의 왼쪽 다리가 약간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모가 없는 것은 여자의 잘못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남자가 아닌 남자 어머니의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오지 여행기를 기획한 것은 여자였다. 사장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 방면에 유명한 여행전문가를 접촉했다. 남자를 만나기 전, 사장에게서 남자의 이름을 들었을 때 여자는 사진작가가 옛 남자임을 단박 알았다. 버스를 타고 가버린 지 오 년이 지난 후에 남자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었다. 술에 취해 남자는 자신의 두 아이를 자랑했고, 조금 더 취하자 증권회사의 컨설턴트인 아내의 고단함을 동정했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술이 들어차자 남자는 여자의 손목을 자꾸만 잡아끌었다. 남자와 사장을 번갈아 오가는 동안 양심의 가책은 점점 무뎌져 갔다. 여자는 남자에게 흘러들어왔다가 빠져나간 시간 같은 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여자의 앞에 서 있는 남자였다. 날 떠난 후의 삶이 어땠느냐고 여자가 물었을 때 남자는 말했다. 카메라로 시간을 움켜잡으며 살았다고. 날카로운 단도로 삶의 이면을 자르듯. 여자는 컴퓨터의 화면을 닫았다. 전화는 끝내 울리지 않았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손안에서 핸드폰을 한 바퀴 빙 돌려보았다. 진동으로 돌려놓은 핸드폰이 몸을 떠는 일 따위는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텅 빈 복도에 여자의 발짝 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라는 내용이다. 여자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오지 여행기를 기획했다. 사장은 여행전문가를 접촉했고, 여자는 옛 애인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헤어진 지 오 년이 지난 후에 남자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었고, 두 아이의 아빠였고, 증권회사 컨설턴트인 아내도 있었다. 여자는 사장과 남자 사이를 번갈아 오가는 시간을 보낸다. 여자는 전화를 기다리지만,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텅 빈 복도에 여자의 발짝 소리만 조용히 울려퍼진다. 는 내용의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에 와인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그래서 제목이 ‘와인의 눈물’인 것 같다. ‘와인의 눈물’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와인의 눈물’이 여자의 눈물로 느껴졌다. 와인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