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몇 번이고 그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지웠다 하기를 반복했다. 며칠 전부터 나는 또다시 서울의 쇼핑거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요즈음 나는 자주 향을 태운다. 예전과 달리 향냄새를 맡아도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았다. 근처 은행에 가서 통장정리를 했지만 거래내역이 없었다. 한 달 전부터 그녀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늘 보이던 노파가 보이질 않는다. 경비원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집을 나갔다고 말해줬다. 3개월 전 그녀가 사라졌다. 내가 귀국을 앞당기고 돌아왔지만 그녀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녀가 사라진 지 보름만에 나는 연구소에 휴직계를 냈다. 그리고 카드명세서에 기록된 백화점 매장이나 가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유산이 되어 아이를 갖지 못했고, 나는 아이를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건강과 운동에 신경을 쓰다가 나중에는 집안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결핍을 겪지 않은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나는 오히려 장점으로 보였다. 신용카드를 사용했던 ‘유라’라는 옷가게를 찾아가서 아내가 잘 웃었고, 근처에 있는 유아복 매장에서 근무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유아복 매장으로 찾아갔지만 급 가게임대, 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고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찜질방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찜질방 옷을 입은 채로 밤의 거리로 나왔다. 나는 705호 할머니가 앉았던 벤치에 가서 앉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랫동안 베란다 밖을 내다보았다. 거실로 나온 나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돌려보았다. 나는 화장대 서랍에서 그녀의 안경을 꺼내어 쓰고 옷을 다 벗어버린 후 샤워를 했다.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거울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나에게 유령이 자유롭게 떠돌 수 있는 집을 남겨놓은 채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샤워실을 나오니 수증기가 유령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떠돌았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나는 집안을 떠도는 짙은 향냄새를 폐 깊숙이 들이마신다. 라는 내용이다. 아내인 그녀가 사라지고 그녀의 흔적과 자취를 찾는 나는 결국 그녀를 찾지 못하고 바람이 분다고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유령처럼 떠도는 수증기를 본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으로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는 일 뿐이다. 아이를 계속 유산했던 아내는 아이가 필요없다는 나와 달리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갖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아내는 ‘바람이 분다’는 말만 남긴 채 어느날 갑자기 내 곁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내가 다시 돌아올 리는 없지만, 나는 집안을 떠도는 짙은 향냄새를 맡으며 다시금 아내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아내가 사라져버린 일을 겪은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장을 다녀오니 아내는 사라져 버렸고, 그날 이후 다시 아내를 볼 수 없었다는 이야기. 아마 아내는 아이를 계속 유산하고 아이를 갖지 못하면서 내적인 방황을 했을 것이고, 허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을 것이다. 결국 아내는 나의 곁을 떠나고 나는 떠나버린 아내의 모습을 그리며 유령처럼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현대인의 허탈함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