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닭다리를 넣은 덫을 놓아 길고양이를 포획해서 불임수술을 시키고 귀에 인식표를 달아서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시에서는 마리 당 이만 오천원을 쳐준다. 나는 주3회 도합 마흔 다섯 마리의 고양이만 잡는다. 아내는 언제부터 카드빚을 지고 살았던 건지 빚독촉 우편물들과 독촉 전화들이 부쩍 늘었다. 나는 전화코드를 뽑아버렸다. 아내는 실종 상태이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아내가 내게 그랬듯 나도 고양이들에게 채식을 가르치고 싶어졌다. 아내가 카드를 만들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아내의 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은행에 전화를 걸어서 몇 번 실랑이를 거듭하기도 했다. 카드사에서 아내의 행방을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고, 담당형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경찰서로 가서 담당 형사에게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지만, 형사는 설렁탕을 들이붓듯 먹고 있었다. 아내가 법적으로 혼자라는 말이 귓가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아내를 찾아 헤맸다. 예전에 함께 했던 애견센터 건물도 가 보고 유일하게 예전 모습 그대로인 아동복 가게도 가 보았다. 가게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내가 즐겨 쓰던 손수건을 잠바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고양이 포획은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나는 서울로의 원정을 위해 새로운 틀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도 치킨이 통할까 궁금했다. 옆집 여자가 초인종을 울렸다.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이 비싸다고 하며 고양이 불임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오만 원을 줄테니 자신의 고양이를 여느 도둑고양이처럼 맡겨 수술을 시켜 달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며칠 지난 닭다리를 데워서 먹고 있는데 김 형사가 아내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선배가 이번 주 들어 고양이 포획이 한 건도 없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나는 선배에게 소리를 치고 전화 코드를 뽑아버렸다. 아내가 즐겨 쓰던 손수건을 잠바 주머니에서 꺼냈다. 방으로 돌아가 잘 모셔둔 아기 옷을 하나씩 펼쳐 들고 한 손은 등을 받치듯 다른 한 손은 엉덩이를 받치듯 한 뒤 좌우로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지만 아내의 목소리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내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 아내는 곧 돌아올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실종되었다가 결국 사체로 발견된 아내와 덫을 놓아 고양이 포획을 하며 임시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다. 아내는 죽었지만 나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내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날엔가 죽음을 맞아 혹 가출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양이의 습성이다.’ 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아내의 죽음도 고양이의 습성과 함께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