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김수길 변호사는 사무장 박기대가 권한 담배를 물었다가 두세 모금만에 담배를 끄고 만다. 콧병 때문이었다. 사무장은 박카스 병 입구를 잘 닦아서 수길에게 건넸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수길의 줄동창 경렬이 찾아왔다. 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은 말을 하기는 힘들었다. 학창시절에 선도부 아침 등교길 검열이 있는 날이면 경렬은 명찰가게에서 받는 가격만 받고 그가 직접 만든 명찰을 건네주기도 했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허경렬이 학교를 자퇴했다. 수길이 삼 년 전 처음으로 스무 살짜리 사무실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는 아무런 강짜를 부리지 않았다. 그건 도예과 젊은 남자 후배와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묵인해 준 대가였다. 다음날 허경렬이 다시 찾아와서 ‘아부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소원을 내달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청 공무원이 되었다. 수길은 숙민과 점심식사를 하며 허경렬의 청원서를 보여주었다. 사무실로 왔더니 사무장이 여직원에게 물티슈와 박카스를 사오지 않았다고 하며 야단을 치고 있었다. 여직원의 편을 들만도 했지만 수길은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 ‘우리를 그래도 살아지게 만드는 힘입니다, 없거나 부족한 자를 위한.’ 이라는 경렬의 청원서의 말처럼, 한 모금의 자양강장제가 그리웠다. 라는 내용이다.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부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소원을 내 달라던 허경렬의 요청을 그는 들어주기는 힘들겠지만, 자양강장제를 마시며 허경렬의 청원서 내용을 생각할 수길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담담하게 김수길 변호사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이 소설은, 특별한 기교는 없지만 세태풍자적이다. 2004년 등단작이기 때문에 20년 전의 소설이라, 지금 와서 읽으니 조금 고리타분한 면도 없지 않다. 변호사들이 사무실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는 부분이나, 변호사 부인이 잠시 딴 남자에게 한눈을 파는 일 등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라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아부할 수 있는 권리’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이 소설이 재밌기는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