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미스 대전’으로 불린다. 내 이름이 대전의 전화 지역번호와 같은, ‘공사이’이기 떄문이다. 엄마는 작부였기 때문에 내 아빠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본인의 성과 내 생일인 ‘4월 2일’을 줄여서 이름을 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나의 효도를 미처 받아보기도 전에 나를 버리고 떠났다. 나의 직업은 속칭 ‘해결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남의 글을 대신 써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욕실에서 세탁 종료를 알리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빨래들을 한꺼번에 들어올리자 무언가가 세탁조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열쇠였다. 주인을 짐작해낼 만한 단서는 없었다. 나는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오랜만에 청탁 메일이 들어왔는데, 자기소개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난감했지만 일감을 내칠 수가 없었다. 오전 10시, 식물에게 물 주는 데 최적의 시간에 나는 나의 공중정원에 올라갔다. 놀랍게도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웬 남자가 폭탄 파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무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찰흙과 계란 껍데기랑 폭죽을 사용해서 만든 폭탄 모형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폭탄의 파편들을 수거하고, 나는 식물에 물을 줬다. 자기소개서를 청탁한 여자는 원고료 입금을 이미 끝낸 상태였다. 아주 짧게 키와 몸무게, 헤어스타일 등의 정보만 보내주고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고 했다. 나는 써 보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남자는 밤늦은 시간에 모형 비격진천뢰를 만들어왔다. 손 안에 쥐니 묵직했다. 남자가 폭탄 제조법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나는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글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남자를 현관문 앞까지 배웅한 후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삭제하는 일을 반복했다. 남자의 폭탄을 머리맡에 올려놓고 잔 이후로 삼일 연속 악몽을 꾸었다. 나는 나의 공중정원으로 갔다. 남자도 나도 애인과 헤어진 뒤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나는 열쇠를 바꿨고, 남자는 폭탄을 터뜨리는 것으로. 자기소개서를 이번주 내로 보내달라는 메일을 읽고 나는 도저히 못 쓰겠다고 하며 원고료는 환급해 주겠다고 답장을 썼다. 내 정원의 식물들은 잎이 누렇게 변색되었고 줄기는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나는 가져온 비격진천뢰에 불을 붙여서 폭탄을 하늘 높이, 있는 힘껏 던졌다. 나는 여기저기 흩어진 찰흙 덩어리와 종잇조각들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러 가려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 라는 내용이다. ‘공사이’라는 이름이 독특했고, 공중정원이라는 옥상의 정원 이야기도 기발했다. 하지만 엄마는 작부였고, 아버지는 누구인지 모른다는 설정은 조금 신선하지 못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고독하게 살아가는 화자에 대한 장치로 그 이상의 장치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심사평에 소설 첫 부분의 빨래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열쇠가 소설의 키워드로 펼쳐지지 못하고 끝나버린 부분에 대해 지적한 것을 읽었다. 소설의 장치는 꼭 필요한 것들을 적절히 잘 배치하고 써야 한다는 걸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