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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장은진, 키친 실험실 : 2004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2025-05-25 11:59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아내가 나간다. 아내는 초보운전딱지가 붙어 있는 지프를 타고 나간다. 남자는 아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부엌으로 들어간다. 무더기로 쌓여있는 요리책 중 한 권을 골라 손 가는 대로 책장을 펼친다. 아침 메뉴는 소세지 전골로 정하고 요리를 해서 먹는다.

설거지가 끝나갈 때 야구모자를 눌러 쓴 소년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으로 들어선다. 남자는 부엌으로 가 삼 만원과 일회용 용기에 포장해 놓은 소시지 전골을 갖고 나온다. 조직의 짱으로 있는 소년은 조직원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남자는 하의를 벗고 흐물흐물한 다리를 질질 끄집으모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다.

남자는 소년이 가져온 검은 비닐봉지의 매듭을 푼다. 시커먼 들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는 고양이를 개수대에 처넣고 수도꼭지를 튼다. 불룩한 배가 위로 향하도록 사지를 벌린 뒤 칼을 찔러 박는다.

아내가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와서 거실 소파에 누워 밥을 찾는다. 아내는 조용히 식사를 한 후 이층으로 올라간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야근 때문에 새벽에나 들어갈 것 같다는 전화이다. 남자는 아득하기만 했던 계단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이층은 오롯이 아내를 위한 공간이다. 마지막 계단까지 힘들게 오른 후 여자의 공간을 찬찬히 구경한다. 초인종이 울려서 남자는 서둘러 방에서 나온다.

소년은 비둘기를 가져왔다. 남자는 소년에게 개구리를 잡아오라고 했다.

캐쥬얼 차림의 아내가 배낭을 메고 이층에서 내려와서 남자의 빨간 등산화를 신고 회사 사람들과 등산을 하러 간다. 남자는 신발장을 들여다본다. 남자의 신발은 스니커즈 하나만 남아있다.

남자는 부엌문을 열었다. 요리를 만들어서 시식을 하려는데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비둘기에게 하얀 새우살을 던져준다. 남자는 소년에게 톱질을 해달라고 한다. 부엌 쪽 무화과 나무를 베어달라고 했다.

남자는 개구리의 하얀 배를 가르고 손질한다. 아내가 부엌문을 열더니 개구리를 보고 놀란다. 남자는 아내에게 개구리 요리를 먹인다. 남자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다.

아내가 나간다. 아내는 지프를 타지 않고 그냥 나간다. 남자는 불을 켜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단호박조림을 만들기 위해서.

남자는, 아내를 사랑한다.

 

라는 내용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는 몸이 불편하다. 사고 때문인 것 같고, 아내가 낸 사고가 아닌가 추측하게 만든다. 남자의 부모는 사고 후 아내에게 집을 사주었다. 남자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아내는 회사에 다닌다. 쉬는 날이면 회사 사람들과 등산을 하러 가는 아내를 보며 남자는 소외감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남자는 아내를 사랑한다.

는 내용이다.

 

남자가 끙끙거리며 처음으로 계단을 힘들게 올라 이층까지 가는 부분과 이층에서 여자의 방들을 구경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남자는 소년에게 부탁해서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고, 그 재료들로 뭔가를 한다. 개구리 요리를 만들어서 설익은 살을 아내에게 먹이고 그것 때문에 아내가 탈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인간의 마음을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남자는 여자가 나가는 것을 보며 불안해하지만, 여자가 나가고 나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요리를 한다. 언젠가 요리로 뭔가를 해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 부분이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부엌은 전부이고, 그래서 제목이 키친 실험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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