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재만과 형식은 대학시절 ‘역사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만났다. 재만은 맑스, 레닌을 피해 도서관으로 도망쳤고, 형식은 졸업을 한 뒤에는 난데없는 독자 가두투쟁을 시작했다. 틈만 나면 형식은 광화문 네거리로 나가 충무공 동상을 노렸다. 몇 년 후 어느 겨울 새벽, 형식은 드디어 이순신 동상정복에 성공했다. 그리고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재만은 주식시장에서 일을 해서 큰 돈을 벌었다. 그는 종종 호텔에서 동업자들과 아침을 먹었는데, 아침 모임에서 우연히 형식을 만났다. 형식은 ‘보물선닷컴’이라는 회사의 CEO라고 하며 사업설명회를 했다. 멤버들은 ‘보물선닷컴’을 상장시켜서 한탕을 하자고 작전을 짰다. 형식은 점점 유명인사가 되었고, 주가가 수백배 올랐을 때 재만과 그 일행들은 모두 주식을 처분했다. 주가는 폭락했고 형식이 재만의 사무실로 찾아와서 유자차를 함께 마셨다. 형식이 돌아가고 나서 재만은 멤버들을 만났는데 형식이 도피자금으로 백만원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재만에게도 이메일이 한 통 왔다. 도피자금을 도와달라는 메일이었고, 재만은 삼백만 원을 형식에게 입금했다. 코스닥지수는 끝없이 추락했고, 벤처붐은 지나갔다. 바쁘게 지냈던 재만은 아내와 처음으로 하와이로 해외여행을 계획해서 여행을 떠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데, 인천공항 입국심사장에서 담당자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들은 재만을 데리고 VIP통로로 빠져나갔고, 국정원 조사를 받게 됐다. 형식이가 충무공동상 폭파테러사건의 용의자로 수배중이라고 하며 재만이 삼백만 원을 입금해준 것 때문에 공범이라는 것이었다. 재만은 변호사를 불렀고,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서류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구속 수감되었다. 멤버들 모두 다 수사를 받았다. 충무공동상은 새로 건립되었다. 택시기사에게 그는 충무공동상의 모델이 토오또미 히데요시라는 얘기를 못 들어봤느냐고 물었고, 택시기사는 저건 새로 지은 거라고 말했다. 그는 충남 장항의 보물선 얘기는 혹시 못 들어봤는지 물었고 기사는 요즘 세상에 보물선이 어딨느냐고 했다. 택시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그는 호남선 방면으로 걸어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라는 내용이다. 재밌는 소설이었다. 주식으로 먹고 사는 재만은 ‘보물선닷컴’ CEO로 나타난 형식을 이용해 돈을 챙기고 주식을 전부 판다. 재만의 멤버들 역시 짭짤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형식에게 도피자금으로 입금해 준 삼백만 원이 문제가 되어 재만은 국정원 조사를 받게 된다. 재만은 국정원에서 형식이 이순신동상을 폭파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삼백만 원 때문에 구속 수감된다. 충무공동상은 새로 건립되었고, 그는 택시에서 내려 호남선 방면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아마 형식을 찾아 가는 게 아닐까, 혹은 보물선 관련해서 어딘가를 가려는 게 아닐까, 소설의 마지막을 읽으며 상상해봤다. 주식시장은 정상적이지 않은 거래도 많은 곳이고, 그로 인해 범죄자가 되는 일도 생기고, 혹은 남들에게 못할 짓을 하며 짭짤한 수익을 얻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오로지 숫자로만 이루어진 시장이기에 남들에게 못할 짓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죄책감이 없다. 내가 사고, 내가 파는 것이고, 오로지 내 판단과 정보로 행해지는 일이기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거라는 생각이 약하다. 오래 전의 벤처붐이 불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의미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