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버거킹에서 일을 한다. 나의 애인인 그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다. 그는 댈러스에 산다. 우리는 BoBo라는 사이트의 대화방에서 처음 만났고, 그 후 MTN의 메신저를 통해 단 둘이서만 만났다. 그가 바빠서 그를 매일 만날 수가 없다. 그는 나에게 가끔 선물도 한다. 어느 날 그는 나에게 댈러스 시간과 서울 시간을 함께 볼 수 있는, 시계 안에 다른 시계가 있는 스와치 시계를 보냈다. 나는 7평이 조금 넘는 작은 원룸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옆집의 그가 계단에 초라하게 쪼그려 앉아 관리인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집에 잠깐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서 루크의 음악을 들었다. 나의 애인인 그가 오랜 기간 접속을 하지 않았다. 옆집에서는 밤새 이상한 소리가 났다. 텔레비전에서는 한총련의 이적 행위를 포착한 검찰이 다섯 명에게 수배령을 내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관리인 아저씨는 옆집의 그와 연락이 되는지 물었다. 어제 형사들이 와서 방을 이 잡듯이 뒤져놓고 갔다고 하며 연락이 되면 신고하라고 했다. 내 집으로 형사가 찾아와서 그와 연락이 되면 신고해 달라고 했다. 나는 버거킹으로 일하러 갔고, 크루가 되어 일하면서 와퍼 버거가 못 견디게 먹고 싶어져서 버거를 사서 집에 왔다. 자정이 지난 시각에 옆집의 그가 초인종을 눌렀다. 잠깐만 있게 해 달라고 하는 그에게 욕실을 안내했다. 나는 그에게 왜 쫓기고 있는지 묻지 않았고, 그는 다시 만나자는 애매한 말을 남기고는 나의 원룸을 빠져나갔다.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서 메일을 확인했더니, 그의 메일이 와 있었다. 출장중이라고 하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입국하는 날 하루는 나와 보낼 수 있다는 메일이었다. 나는 공항으로 갔다. 그가 짐을 막 찾아 출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잠깐 주변을 살피더니 누군가를 찾고 있었고, 그의 눈길이 내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구역질이 나서 화장실로 가서 좌변기를 껴안고 아침에 먹었던 와퍼 버거를 토해냈다. 변기 안에는 내가 토해낸 와퍼 버거가, 변기 바깥에는 내가 토사물처럼 쏟아져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댈러스에 사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그와 옆집 남자 사이에서 화자인 나는 방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만난 적이 없는 미국인보다 옆집 남자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는 내용의 소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총련의 수배령이 내려져서 옆집 남자는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잠시 화자인 내 집에서 머물다가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모호함에 대하여’ 라는 제목처럼, 소설은 내내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도 사실 모호할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내내 말하고 있다. ‘모호함’에 대해 소설적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부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