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소설가의 [브로콜리 펀치] 단편집에 실려 있는 <손톱 그림자>라는 단편소설을 읽었다. 전 애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고 결혼을 한 화자가 죽은 애인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죽은 애인은 결국 손톱이 되어 화자를 만나러 왔다가 교통사고 전복 현장에서 다시 손톱으로 변해 화자의 곁에서 사라진다. 재밌는 소설이었지만, '죽음'과 '영혼'이라는 화두를 생각하며 읽는 내내 마음 한쪽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리 소설가 특유의 문체와 입담이 무거운 화두를 무겁지 않게 풀어주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미 돌아가신, 혹은 고인이 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도 어쩌면 손톱이나 다른 사물들에 투영되어 나의 삶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판타지적 생각을 해 보았다. 가족을 먼저 보낸 기억 때문에 편하게 읽혀지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재밌고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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