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이청준전집 4 <소문의 벽>에 수록되어 있는 <가학성 훈련>을 읽었다. '쇠짐승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나온 신체의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인 굴레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화자의 딸인 선희는 주인집 아이에게 머리끄댕이를 끄집어당겨지면서 살아가고, 화자는 운전기사로 일을 하며 사장에게 조련당한다. 어느 날 뜬금없이 사장이 명령한 북악스카이웨이의 반복 왕복 운전을 통해서. 화자의 아버지는 송아지의 코를 꿰고 굴레를 씌우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의 굴레를 사랑했으나 결국 한 송아지가 도살장에 끌려가게 되자 자신의 굴레를 벗고 만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삶의 굴레가 있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만의 삶의 굴레를 벗어나고 나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게 정년퇴직이 될 수도 있고, 퇴사가 될 수도 있고, 이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학성'이라는 단어를 내내 생각했다. 제목이 '가학성 훈련'이듯, 이 소설은 조금 가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해진 운명은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삶을 잘 개척해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우리가 늘상 하는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그것에 대한 무력함을 조금 느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삶을 자기 자신이 운전해가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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