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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김갑용, 슬픈 온대 : 2016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0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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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학습지 물류센터에 취직했다. 석은 자전거로 한강을 건너 출근했다. 아줌마들은 석을 좋아했다. 작업장에서 사라졌던 석은 2월이 되자 다시 돌아왔다.

겨울이 다 가기 전, 처음으로 석의 반지하방에 갔을 때 나는 냉장고를 열어 떡볶이와 양파, 고추장을 꺼내 요리를 했다. 그날 저녁 석과 섹스를 마치고 누운 채 텔레비전을 봤는데, 석은 책을 읽어볼까 한다고 말했다. 나는 불현듯 레비 스트로스가 쓴 슬픈 열대가 떠올랐다.

나는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혈액 검사를 받았다. 위층 남자 아이는 혼자서 욕을 했다.

사흘째에 나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블로그를 탈퇴했다. 그날 점심에 나는 석과 함께 밥을 먹으며 앞으로 작업장에서는 친한 척 굴지 말라고 했고, 석은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석은 어느 날 섹스를 마친 뒤 한국이 슬프다고 말했다. 작년 4월부터 석은 나와 함께 화양동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인터넷 신문사에 근로자 K씨를 상대로 직장 동료인 유부녀 여덟 명이 원만한 직장생활을 빌미로 근처의 모텔에서 십수 차례에 걸쳐 약 16개월간 난교를 벌였고, 뒤늦게 안 K씨의 동거녀인 S씨가 사내 직원 전용 게시판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사측에서는 쉬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나와 함께 일하던 아줌마들이 해고되었다. 석은 당장 물류센터 내 다른 작업장으로 재배치되었다. 나는 수차레 사무실로 불려갔다.

나는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얼마 전에야 읽었다. 아직도 나는 화양동에서 석과 함께 살고 있다. 석은 계약기간 만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검정고시마저도 떨어졌다.

나는 전 남자친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신문사에 제보할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날 출근한 사이에 내 앞으로 서류봉투가 도착해 있었다. 봉투 안에는 소설이 들어 있었다.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였다. 내가 책을 읽게 되고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때부터 화양동에서의 이야기까지가 소설 형식으로 소상히 적혀 있었다. 나는 화양동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라는 내용이다.

 

이야기가 재밌고 매끄럽게 잘 읽혀졌다. 가난과 사랑이라는 화두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내가 화양동으로 이사한 후 학습지 물류센터에 취직해서 석을 만나고 일을 하는 이야기, 화양동에서 석과 내가 동거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석과 아줌마들의 난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익명의 신문사 제보와 내 앞으로 도착한 소설 한 편.

봄에 꽃마저도 피지 않는 화양동의 분위기가 이 소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나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석. 하지만 나는 소설의 끝 부분에서 화양동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어둡지 않게 쓰려고 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었고,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세계에는 나쁜 법칙이 있어. 가난한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 같은 거. 그런데 그건 잘못된 거거든. 원래 세계는 그렇게 불공평하지 않은데 나쁜 법칙 떄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쁜 걸 몰아주는 거야. 가난한 사람들은 원래 세계가 그렇지 않은데도 세계가 원래 그런 줄 알게 되는 거지. 소설의 임무는 이 나쁜 법칙을 전복하는 거야.’, ‘나쁜 걸 몰아준다고 나쁜 걸 다 몰아 받는 것도 참 게으르고 나빠.’,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은 진심을 포장한다.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진심이란 이기적이고 끔찍하니까.’ 라는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았고, 이 문장들이 작가가 소설 속에서 하고자 했던 말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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