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크리스마스 날 아침, 그와 그의 아내는 아들과 딸을 차에 태우고 자연사 박물관으로 떠났다. 작년 겨울, 그는 음주운전으로 면허를 취소당했고 많은 액수의 벌금을 내야 했다. 아내는 운전학원에 속성코스로 등록해 면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아내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는 아침마다 공장으로 갔고, 그의 아내는 우체국의 비정규직인 택배 인바운드 상담직원으로 일을 했다. 그의 아내가 고객의 전화를 받고 있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한 시간 전에 노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 그녀가 생선을 굽고 있을 때, 회사 측 노무담당자들이 와서 회사는 노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남편을 말려 달라고 이야기했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는 해고되었다. 그리고 통장이 압류되었고 재판에 불려나갔다. 회사 측에서 보낸 ‘손해배상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박물관은 신도시의 번화가에 있었다. 아내가 먼저 들어갔고 아이들이 따라 들어갔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뱀이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는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생쥐는 두려움에 가득 찬 듯한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는 생쥐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아들이 그를 불렀다. 아내는 코너를 돌아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주춤주춤 걸었다. 뱀이 어떻게 생쥐를 삼키는지 볼 수 없었다. 코너를 돌자 검은 코트를 입은 아내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어둠 속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긴 통로의 끝에서 초록색 유도등이 반짝였다. 밖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라는 내용이다. 노동조합의 이야기는 늘 무겁기만 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다루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어서 해고되고,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먼 허공에서 정지된 채 매달릴 생각을 하며 자연사 박물관을 가족들과 함께 걷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면 백 퍼센트 해고당한다. 하지만 공장의 열악한 현실은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그래서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용감하게 나서고 그 후 인생의 파노라마에 시달리게 되는 게 아닐까. 자연사 박물관과 면허취소와 벌금, 노동조합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서 한 편의 좋은 단편소설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문장들과 소설적 분위기가 노동조합이라는 제재와 잘 어우러져서 독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