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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이지, 얼룩, 주머니, 수염 :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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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애인에게 결별 통보를 받았다. 애인이 선물했던 밥솥 때문이었다. 선물받은 밥솥은 고장으로 꺼지면서 집안의 모든 전원을 함께 나가게 만들었다.

애인은 나보다 여섯 살 많았고, 신경증과 성격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의 몸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애물단지 밥솥을 들고 만물수리 박사를 찾아 나섰다.

나는 국제선 출국심사대에서 검색 업무를 하는 용역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다.

밥솥을 고치러 가는데 애인의 문자가 울렸다. 고모의 기일이라는 문자였다. 전직가수가 내 옆에 바싹 붙어 있었다. 우리는 함께 만물수리 박사를 찾아갔다. 밥솥은 접합문제였고, 만물수리 박사는 고치기 수월하다고 큰소리쳤다. 전직가수의 구형 녹음기는 고칠 수가 없다고 했다. 전직가수는 옆 카페에 가서 기다리자며 나를 이끌었고, 함께 카페에 갔다.

전직가수는 녹음기에 동생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에게는 열세 살 아래의 동생이 있었다. 사람을 죽인 것 같다고 울먹거리던 동생의 전화를 받고 일본으로 도피시켰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카페 주인은 선물이라며 작은 노트를 하나 내밀었다.

애인에게는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문자를 확인했더니 결별을 통보하는 문자였다. 나는 애인에게 스무 번 쯤 전화를 걸었고, 애인은 이별을 통보했다.

밥솥을 다시 사용했으나 밥솥은 순간 제 힘에 못이기는 듯 펑하고 꺼졌고, 순식간에 갑자기 집안의 모든 전원도 함께 나가버렸다.

 

라는 내용이다.

 

<얼룩, 주머니, 수염>은 노트를 상징한다. ‘한없이 위대하고 싶은 수사슴은 뿔이 나무에 걸려 오도 가도 못했다.’ 라는 내용과 함께 카페 주인에게 선물받은 수첩, 그리고 소설 제목인 <얼룩, 주머니, 수염>이 함께 마음에 와 닿았다.

전직가수의 동생 이야기와 나와 여섯 살 많은 애인의 이야기, 밥솥 때문에 생긴 애인의 결별 통보가 이 소설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밥솥은 고장났고, 애인은 결별을 통보하고, 전직가수는 동생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이고, 수사슴은 뿔이 나무에 걸리고, 선물받은 수첩을 통해 얼룩을 벗은 얼룩말과, 주머니를 잃은 캥거루, 수염을 자른 새우를 만난 주인공 나는 애인이 자주 꾼다는 물속에 갇힌 꿈을 처음으로 꾸게 된다. 모든 게 상처가 있는, 아픔이 있는, 결핍이 있는 것들이고, 그것에 대한 한 편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우리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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