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목[소설] 송지현,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 2013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09 17:05
작성자

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고교 시절에 빨대맨을 처음 만났다. 빨대맨은 펑크키드가 가는 곳마다 늘 나타났다.

나는 2년제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부모님이 운영하는 도서대여점에서 일하고 있다. 대여점 근처 동사무소 직원인 아저씨 한 분과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단골이었다.

펑크의 시절은 전생의 기억처럼 희미했다. 성인이 된 펑크키드의 모임에서 회사원 펑크키드는 취업한 뒤로는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건물에 출근하고,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한 뒤, 같은 노선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맥주를 계산한 것은 회사원 펑크키드였다.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며 처음으로 적자가 났다. 부모님은 가게를 처분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두 단골의 발길이 끊어지고 나니 뭔가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펑크는 음악이 아닌 패션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유행에 편승해서 몇 개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나는 포트폴리오를 옆구리에 끼고 지하철에 올랐다. 사촌형이 소개해 준 디자인 회사에 가기 위해서. 펑크키드들이 자주 모이던 역을 지날 때, 문이 열리고 빨대맨이 나타났다.

빨대맨은 나에게 빨대를 하나 내밀었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 스터드 하나를 꺼내어 빨대를 꽂았다. 그 순간 나는 나의 한 시기가 끝났음을 예감하고, 그것을 그에게 돌려주었다. 빨대맨은 펑크록스타일의 빨대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역 밖으로 나왔다.

 

라는 내용이다.

 

제목이 독특하고 재밌었다.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은 참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여기에는 빨대맨과 펑크키드가 등장한다. 평크키드는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무한반복하며 살아가고, 나 역시 도서대여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손님들을 만나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도서대여점이 적자가 나고 문을 닫게 되자, 나는 펑크와 관련된 디자인 몇 개를 완성해서 사촌형이 소개해 준 디자인 회사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그곳에서 다시 빨대맨을 만난다.

빨대맨에게 빨대를 받은 나는 스터드 하나를 꺼내어 빨대를 꽂아 다시 빨대맨에게 건넨다. 그리고 나는 역 밖으로 나간다는 내용인데, 변화없는 일상과 그 일상이 자의적이지 않게 끝나버렸을 때 다시 꾸게 되는 나의 미래에 대한 꿈 이야기. 그리고, 삶이라는 것이 어떤 삶을 택하든 결국은 무한반복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잘 산다는 건 어쩌면 더 완벽히 지겨워지기 위한 걸지도 몰라.’ 라는 문장이 이 소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사실 모두 규칙과 소속을 좋아하고, ‘완전한 자유를 주면 인간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사람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진화과정에서 전 세대를 멸종시키지 않지만, ‘생겨나는 것들은 무언가를 멸종시켰다. 하지만 무엇이 멸종되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라는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았고, 이 소설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아닐까 싶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