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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전지영,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안으로 들이쳤지만 :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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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윤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식탁 위에는 매캐한 화약냄새가 나는 둘둘 말린 트레이닝 복과 파란색 바람막이 점퍼가 널브러져 있었다. 혜경은 매일 새벽 총을 쏘러 다녔다.

아파트에서 마을버스로 일곱 정거장 거리에 위치해 있는 국제사격장을 짓기로 했던 때 윤석은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시청 시설관리과 주무관으로 일했다.

윤석은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얹고 김치찌개를 데웠다. 샤워를 마친 혜경이 부엌으로 왔다.

윤석은 매일의 일과처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둘째 아들이 죽고 난 후 혜경은 자주 많이 울었다. 둘째 아들의 시선은 정주못 산책로 북쪽 2.87km 지점 갈대 더미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부부는 둘만 남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십이 년을 버텨냈다. 신문에는 A의 실종 소식이 실려 있었다. A는 인구가 십만 명 남짓한 이 도시에 무리하게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장본인이었다.

혜경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총이 택배로 도착했다. 혜경은 플라스틱 탄알을 장전했다. 그리고 책장 가장 위 칸에 올려놓았다.

윤석과 혜경은 A의 실종소식에 대해 이야기했고, A의 딸이 아버지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윤석이 말하자, 혜경은 아버지 노릇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혜경은 윤석을 빤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윤석은 혜경에게 따지고 싶어서 뒤따라 들어갔다가, 잘못해서 혜경이 쏜 총에 맞고 다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혜경은 사격장에 가지 않았고, 윤석은 침대에서 자는 혜경을 가만히 내려다 보며, 그녀가 많이 늙었다는 걸 느꼈다.

윤석은 정주못에 갔다. 빗물에 시야가 가려졌다. 물에 불은 민준의 시신이 떠올랐다. 오열하던 혜경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 혜경의 문자를 보고도 휴대 전화를 덮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윤석이 집에 돌아왔을 때, 혜경은 식탁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윤석은 샤워를 했고, 둘은 마주 앉아 졸아붙은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라는 이야기이다.

 

국제사격장과 윤석의 집, 정주못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사격과 총이라는 제재로 흥미롭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째 아들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방기했던 윤석 자신의 이야기와 그걸 인정하지 않았던 시간들, 그리고 매일 새벽 총을 쏘러 다니는 아내 혜경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은 흘러간다. 둘째 아들이 죽었던 날도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윤석이 정주못에 간 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었지만, 둘은 마주 앉아 졸아붙은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소설은 끝난다.

제목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안으로 들이쳤지만> 이후에도 계속되는 혜경과 윤석의 삶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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