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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하가람, 수박 : 2023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1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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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우리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커피와 주스를 마셨다. 나는 초원에게 남은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을 거냐고 물었고, 초원은 수박주스라고 답했다.

나는 옥탑방이라는 공간으로 희곡을 써야 했다. 나는 집 근처 과일 주스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수박 주스를 주문했지만, 절반도 채 못 마시고 버렸다.

며칠 후 나는 <엄지 검지>라는 옥탑방 배경의 희곡을 완성했고, 그 희곡 속에 수박이 등장했다. 연출가는 큰 톱으로 박을 자르는 흥부네를 떠올렸다고 하며 내게 의도한 것인지 물었고, 나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다고 답했다.

미리 언니에게 연락이 왔고, 올해 대학로에서 진행하는 연극제 중 하나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나를 초대했다.

연극이 끝나고 미리 언니를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자 후식으로 수박이 나왔다. 언니는 수박을 먹지 않는다고 하며 나에게 후식 접시를 밀어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시장 안에서 수박을 3만 원 정도에 팔고 있었다. 나는 포도를 사서 집 반대편으로 더 걸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내 앞에는 초원이 있었다. 초원은 내 검정 봉지 안에 들어있는 포도들 중 두 알을 떼어내서 먹었다. 나는 초원의 뒤에 있는 포스트를 보고 있었고, 초원이 나에게 뭘 보고 있느냐고 물어서 포스트의 그림을 설명해줬다.

 

라는 내용이다.

 

초원은 화가는 어느 한순간을 캔버스 위에 붙잡아 놓을 뿐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고, 작품 속의 시간은 나름대로 흘러가는 거라고,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같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는 초원의 뒤를 초원은 나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누군가 본다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다시,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다가오고 멀어져가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수박에 대해.’

라는 문장들이 마음에 유독 와 닿았다. 소설의 끝부분에 있는 문장들이다.

<수박>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나는 머릿속으로 어떤 내용일까 상상했다. 내 상상과 달리, 초원이 좋아하는 과일이 수박이었고, 수박에 집중하다가 나는 옥탑방이라는 공간으로 써야 하는 희곡 속에 수박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수박의 끝물의 계절에 나는 수박이 너무 비싸서 포도를 사서 카페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다시 초원을 만났다. 초원은 내 포도 두 알을 떼어내서 먹으며 나와 초원의 뒤에 붙어 있는 포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의 말처럼, 우리는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모든 일상들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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