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윤진은 남편에게서 오늘 밤에 부대로 복귀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예전보다 이른 복귀였다. 윤진은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전을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두었고, 저녁 열 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맨 손으로 김치전을 집어 먹었다. 검은색 망이 달린 모자를 써서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사모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쥐를 찾고 있다고 했다. 쥐를 찾는다는 사모는 민간 어선이 함정이랑 충돌해서 침몰했을 때 몇 명이나 죽었을 것 같냐고 윤진에게 물었다. 사모의 남편이 대위였을 때, 그런 사고가 있었고 전원 구출이라고 말했다고. 그 정도의 흠은 여기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묻힌다고. 대의와 위신이 중요한 곳이라고. 죽은 사람은 항상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선은 106동 화단에 있는 사모에게 ‘쥐 사냥꾼’이라는 상호와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명함을 받았다고 했다. 다시 사모를 만났을 때, 사모는 선배 남편의 이야기를 해주며, 여기서는 눈에 보이는 건 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윤진은 남편에게 쥐에 대해 물었으나, 남편은 짜증을 냈다. 한 번도 쥐를 본 적이 없다는 윤진에게 남편은 쥐는 밤에만 다닌다고, 쥐가 낮에 기어 나오는 건 죽을 때 딱 한 번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랍에미리트 부대로 파병 신청을 했고, 한 달 뒤라고 말했다. 천운이라고 하며. 선이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나갔다는 소문이 있었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데 싱크대 수납장 안에서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선이 문 밖에 서 있었다. 선의 남편이 전원 구출이라고 보고하지 않았다고. 대위님이 보고한 거라고 선은 말했다. 선의 남편은 스스로 군복을 벗었다고 했다. 그리고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를 듣더니 선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 필요할 거라고 하며 ‘쥐 사냥꾼’ 명함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윤진은 정신이 혼미했고,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다. 화단에 있는 구멍마다 불기둥이 솟구치는 중이었다. 윤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소방차는 소식이 없었고, 불길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라는 내용이다. 싱크대 안에서 찍찍거리는 쥐, 그리고 ‘쥐’가 갖는 은유, ‘쥐 사냥꾼’이라는 명함, 선의 남편이 옷을 벗고, 윤진의 남편은 파병을 신청했다. 대의가 중요한 군대라는 특성, 그리고 검은 망사 모자를 쓴 사모의 이야기들이 이 소설을 이루고 있다. 결국 아파트가 탈 것 같은 정도의 불길이 치솟아 윤진이 아이들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는다. 쥐를 잡기도 어렵고, 불길을 잡기도 어려운 그런 분위기의 소설인데, ‘쥐’라는 단어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