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선배의 신호가 잡혔다. 선배의 신호가 처음 감지된 건 삼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무렵이었다. 미나스 시술을 받은 사망자들 중 간혹 GPS 신호가 잡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길 뉴스로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동방에서 처음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무제라는 제목의 다큐를 몇 년째 만들고 있었다. 나에게는 사흘이나 엎드려 굶주림과 피로에 찌들어가며 찍고 싶은 무엇이 없었다. 영화를 하고 싶으면서도 영화가 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졸업 후 5년이나 지난 DMZ국제다큐멘트리 영화제에서 선배를 다시 만났다. 나는 신우와 함께 자며 선배의 꿈을 꿨다. 선배와 연인으로 삼년 남짓 지냈다. 선배는 산을 떠나지 못할 팔자였다. 선배의 몸에서 이상이 발견된 건 만난 지 일 년쯤 됐을 때였다. 선배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고, 선배가 먼저 미나스 시술을 제안했다. 나는 GPS에 잡힌 신호를 따라 속리산을 올라갔다. 선배가 했던 말을 되뇌며 문장대 정상을 밟았다. 새 한 마리가 시야에 잡혔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선명하게 느꼈다. 어느덧 신호는 사라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신호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그는 무제 안에서 영원히 삶을 이어갈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선배와의 아픈 이별을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이었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선배가 내 곁을 떠났지만 나는 선배를 마음으로부터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GPS 신호를 따라 속리산 문장대 정상까지 오르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선명하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낀 나는,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으로부터 선배를 떠나보낸다. 선배는 무제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테니까. 내가 마음으로부터 떠나보낸다 하더라도 영원히 살아있을 테니까.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고, 마음이 저리면서도 따뜻한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