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예고 없이 내린 폭설로 터널은 주차장이 되었다. 나는 시동을 끄지 않은 채로 사이드 브레이크만 올렸다. 늙은 개는 내가 왈라가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자 뒷좌석에서 무릎을 떨었다. 나는 종종 아버지에게 맞고 버려진 옷들 속에 파묻혀 패킹을 당했고, 왈라는 그런 나를 꺼내줬다. 왈라는 나와 똑같이 아버지에게 맞고, 똑같은 자리에 멍이 들곤 했다. 나는 여자에게 차에서 아이를 재워도 된다고 하며, 잠시 볼 일을 보러 작은 언덕을 올라갔다 왔다. 119도 112도 사고접수를 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여자눈 투덜거렸다. 터널 안으로 경찰관이 들어왔고, 제설작업이 끝나서 바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왈라의 노래가 들렸다. ‘네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든지 우린 항상 문을 열고 널 기다리고 있단다.’ 라고 왈라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패킹’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에서 자주 쓰이고 있고, 이 소설의 중심 단어가 아닐까 싶다. 버려진 옷들과 함께 패킹되어 갇힌 나, 그걸 꺼내준 왈라, 그리고 폭설로 인해 터널에 패킹된 우리, 그리고 제설작업을 통해 그걸 해결해 준 경찰관. 삶에서 우리는 어쩌면 늘 패킹당하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한 일상의 고비들과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의 손에 패킹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은 그런 고비나 사건들을 해결해주고, 우리는 다시 봉인해제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왈라와 나의 이야기가 잘 그려져 있는 소설이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