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얼마 전 우리부부는 아이를 갖기로 했다. 우리는 난임부부였다. 세 살 터울의 남동생 현권을 K시로 데리고 와 전셋집을 얻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토요일 낮, 버스터미널 안에서 현권을 만났다. 부동산에서는 주인이 제주도에 여행을 가 있어서 이틀 뒤 저녁 비행기로 온다고 하며 그때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그래서 이틀은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현권은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는 멀쩡한 구석이 많지 않은 아이였다. 이십대 초반에 이미 시력 측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틱 장애가 있었으며, 초등학교 입학 이래로 학습 부진아 판정을 받아왔다. 현권이 준희 씨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전셋집을 얻어주기로 했고, 밀린 방세와 핸드폰 요금을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현권의 낡은 옷들을 쓰레기봉투에 집어 넣고, 쇼핑센터로 가서 새 옷들을 사 주었다. 부동산에서는 약속시간에 오는 것에 별 문제가 없는지 연락이 왔고, 나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현관을 슬쩍 바라보니 쓰레기봉투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남편은 현권이 밖에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현권에게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기를 찾지 말고 옷을 환불 받으라고 하며, 준희랑 있는 게 좋고 편안하다는 현권의 문자가 왔다. 자기도 이젠 지겹다고 하며. 서랍에 친환경피톤치드 선물 놓아두었다고, 그것을 뿌리면 담배냄새 안 난다고 하며. 남편은 먼지 제거 테이프로 바닥을 문지르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지겨워’와 ‘미안해’ 사이를 오갔을 현권의 마음만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라는 내용이다. <이름 없는 마음>이 어떤 마음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현권의 ‘미안해’와 ‘지겨워’ 사이를 오갔을 그 마음, 내가 가졌던 그 마음 사이의 어떤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난임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고, 평범하지 않은 동생 현권에 대한 의무감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 사이에서 내가 나 자신과 협의한 전셋집 마련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집주인은 제주도에 여행가서 이틀 후에 올라오고, 그 사이에 현권은 누나가 부담스럽다고 하며 여자친구 준희에게로 떠나버린다. 내가 스스로 설정한 숙제에서 벗어났지만 개운하지 않은 마음, 그것이 바로 알 수 없는 마음이고 현권의 마음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어쩌면 삶을 살아가면서 때때로 알 수 없는 마음과 조우하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