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아버지는 택시기사였다. 주로 버스가 끊긴 시간에 아버지는 택시를 몰고 나가 돈을 벌어왔다. 괄호를 처음 발견한 건 동생의 실종신고를 마친 날이었다. 작은 방 지붕은 작게 균열이 가 있어서 빗물이 자꾸만 새어 들어왔다. 그래서 아버지는 빗물을 받을 양은 대야를 두었다. 장마철이라 방바닥에 빗물이 고여들었다. 방은 어느새 빗물로 가득했다. 나는 대야에 찬 빗물을 방에 쏟아내었다. 방바닥에 괄호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어머니는 동생을 찾으러 가려는 듯 짐을 쌌다. 아버지는 말렸고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짐을 싸고 풀었다. 장마는 지나갔다. 나는 방에서 나와 대문으로 향했다. 문 안쪽에서 맨발의 여자가 부지런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대문을 열어젖혔고, 여자는 밖으로 휘적후적 걸어 나갔다.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은 빈 손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있는데, 라디오 볼륨을 올려도 아버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날마다 군청 직원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고, 우편함은 온갖 고지서와 군청에서 보내온 편지들로 가득했다. 편지에는 사인, 인정, 선고 그리고 사망. 이라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찾으러 가기 위해 괄호 안에 손을 넣어 보자기를 꺼내 들고 신 한 켤레와 소금 한 주먹을 넣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대문을 단단히 잠그고 밖으로 나갔다. 강을 내려다봤고, 잔잔한 수면 위로 괄호가 떠다녔다. 그리고 동생이 물 안에 있었다. 수면은 잠시 흐려지더니 다시금 선명해졌고 동생이 아닌 내가 거기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제목 ‘( )’을 보고, 괄호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 궁금했다. 물의 파동, 물결 모양 등을 표현하는 괄호라는 표현이 낯설면서도 좋았다. 동생이 실종된 뒤로 괄호는 수시로 발견되었다. 장마철에 비가 새서 방 안에 들이치는 바람에 괄호가 발견되었고, 동생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짐을 쌌다가 방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어머니의 등 뒤에 괄호가 돋아나 있었고, 소설 끝 부분에서 내가 강을 내려다 봤을 때 잔잔한 수면 위로 괄호가 떠다녔다. 동생이 살아있었을 때는 괄호에 활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동생이 실종되고 나서는 괄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표현도 독특하고 좋았다. 하지만 괄호라는 단어 또는 형상에 모든 것들을 묻어버리듯이 표현했기 때문인지 소설 자체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큰 사건이 없지만 소설의 잔잔함이 느껴졌고, 그것이 곧 물결 모양같은 괄호로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