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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권제훈, 박스 :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27 12:43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학생회관에 거대한 박스가 있었다. 여러 박스를 해체한 다음 다시 이어 붙여 더 크게 만든 것이었다. 박스를 쳐다보고 있는데 뭐 할 거냐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취업 상담을 하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박스 정면의 너그리와 새우가 만나는 지점에 자그마한 글씨로 상담을 한다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여자는 나에게 왜 굳이 취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말문이 막힌 나는 300원을 꺼내 복주머니에 집어넣고 홱 돌아섰다. 하루 이틀 지날수록 마음이 불편해져 다시 그 박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나는 지난 번의 일을 사과했고, 또 취업 상담을 했고, 취업을 포기하라는 말에 또 똑같이 300원을 내고 홱 돌아섰다.

나는 계속 취업시험에 떨어졌다. 학생회관을 드나들수록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다시 찾아가서 여자의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하루에 얼마를 버느냐고 물었고, 여자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 모른다고 답했다. 너구리는 입을 통해 종이를 토해냈고, 그 종이에는 여자가 그린 졸리맨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자취방에 와서 고무판을 책상에 올려놓고 오랜만에 조금씩 파내기 시작했다. 여자에게 판화 그림을 전달해 주려고 다시 박스가 있는 곳으로 방문했는데, 여자가 박스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씻고 내 동아리방 맞은편에 있는 미술 동아리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가져간 그림을 너그리 입에 물려놓고 학생회관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날부터 한달동안 여자를 관찰했다. 여자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나이, 학번, 학교 모두 같았다. 여자는 학생회관에서 살고 있었고, 나처럼 수료생이었다.

나는 대학 때 살다시피 했던 동아리방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서 내 짐을 그곳에 정리했다. 그리고 여자에게 이제 컵라면 말고, 끓인 라면을 먹자고 하며 여자를 내 동아리방이자 내 새로운 방으로 초대했다. 우리는 라면을 흡입했다.

 

라는 내용이다.

 

박스와 동아리방과 끓인 라면, 이 세 개의 단어로 이 소설이 읽혀졌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세대들의 이야기가 박스 안의 세상과 거주지가 된 동아리방으로 풀어져 있는 느낌이다.

취업시험에 계속 떨어지고, 취업이 되지 않아 수료상태 그대로 머물게 되는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끝은 작은 희망으로 끝난다.

소설의 소소한 재미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일상이 일상적인 일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설 속에서 그들만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재밌고 즐겁게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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