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아버지 생신에 남자와 여자는 케이크를 사서 집에 방문했다. 남자의 아내인 여자에게 노모는 느릅나무 거죽을 끓인 물을 권했다. 아버지는 마당에서 보신탕을 끓이고 있었다. 노모는 여자에게 삼 센티미터 굽 달린 구두가 위험하다며 신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색이 변하거나 목이 늘어난 대여섯 벌의 옷과 함께 뒤축이 닳고 발볼이 해진 운동화를 꺼내 줬다. 노모는 전도하면 교회에서 한 명에 이만 원씩 주는 돈을 받으려고 지인들 집에 전도한다고 가서 집안일을 해 주고 물건을 받아오곤 했다. 폐지를 모으는 노파가 와서 수육을 뜯고 결국 노부, 노모와 언쟁을 높이고 나갔다.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자 가족들은 마당에 둘러앉아 보신탕과 수육을 먹었다. 여자는 도저히 개고기를 먹을 수가 없다고 하며 케이크를 가지러 방에 갔다. 잠든 노모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케이크 상자를 툭, 떨어뜨렸다. 라는 내용이다. 특별할 것 없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소설이었다. 특별할 것 없지만 노모와 아버지의 이야기, 개고기라는 제재, 폐지를 주워모으는 노파의 설정이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져 오래 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의 ‘눈 아래 불룩 튀어나온 지방이 늘어져 눈두덩엔 검은 그림자가 졌다. 다리를 대자로 벌리고 잠든 노모의 발목에서 불거진 혈관이 종아리를 휘감고 올라갔다. 굵고 가는 줄기가 아래로, 옆으로, 위로 퍼지며 꼬이고 풀어졌다. 꽈리처럼 부푼 것도 있었고 거미줄처럼 펼쳐진 것도 있었다. 꼬불꼬불한 줄기는 노모의 몸을 타고 넘어 바닥까지 퍼져나갔다. 바닥에서 뻗어 나온 줄기가 노모의 몸을 타고 자라는 것 같기도 했다.’ 의 문장이 좋았다. 세세한 묘사들과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소설은,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